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부인을 First Lady라고 부른다. 국가의 최고 수장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참고로 행정부의 2인자인 부통령의 부인은 Second Lady이다.
주(州)라고 번역되는 State 최고수장의 부인 역시 First Lady이다. 미 합중국 United States of America는 여러 국가들(states)을 하나로 통합해(united) 이루어진 국가로, state는 대한민국 행정 구역의 단위인 도(道)와는 다른 개념이다. 주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일반적인 분야에서 독립적인 통치제도와 헌법을 갖춘 작은 국가이기에, 주를 대표하는 통치권자의 부인도 First Lady로 불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의 부인은 영부인(令夫人)이라 이르는데,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대통령의 부인도 영부인이고 존경하는 분의 부인도 영부인이다. First lady처럼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호칭이 있을 법한데 없다는 것은 약간 놀랍다.
미국의 영부인
미국 First Lady는 선출직은 아니지만, 백악관 내 East Wing에는 따로 Office of the First Lady가 편성되어 있고, 별도 스태프·예산·미디어 브리핑이 따라붙어 “무급 각료에 가까운 준(準)공직”으로 진화했다. 취재진 전용 ‘First Lady Pool’도 있다. 주요 영부인들로는 다음과 같다.
- 마사 워싱턴 (1789-1797)-- 부유한 과부였던 마사는 조지 워싱턴에게는 토지, 노동력, 정치적 네트워크를 제공한 빵빵한 후원자였으며, Lady Washington이라 불렸다. First Lady란 호칭은 나중에 정착되었다. 워싱턴 재임 기간 중 금요 티타임을 직접 기획했다고 전해진다. 국가가 마련한 공적 예산이나 사무처 없이도 '사회적 의무' 모델을 설계해 후대 영부인들의 기본 매뉴얼로 남겼으며, 전쟁터에서 '뜨개질, 수프, 편지'로 군을 돌본 소프트파워의 원형이다.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세운 원조 영부인.
- 에디스 윌슨(1915‑1921) – 남편 우드로 윌슨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문서·면담을 ‘선별’하며 17개월 간 사실상 국정 컨트롤: ‘비밀 대통령’이란 전설이 있다.
- 재키 케네디(1961-1963) – 8,000만 시청자가 본 화이트하우스 첫 TV 투어, “역사·예술 품은 대통령 집” 브랜드를 완성했다.
- 낸시 레이건(1981-1989) – 백악관 일정에 점성술 자문을 받았고 놀랍게도 백악관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사전에 점성술사의 점검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점쟁이에 의지한 영부인이 있었는데 미국엔 낸시가 있었군.놀랍...
- 힐러리 클린턴(1993-2001) - 나중에 대통령에 출마할 만큼 정책에 진심이었던 영부인으로 힐러리케어 국가보건개혁 T/F를 지휘했다. 1992년 유세 중에 "집에서 쿠키나 굽고 차만 내줄 수는 없죠"라는 발언하여, 전통적 역할과 직업 여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로라 부시(2001-2009) - 9/11 직후 전국 학생에게 띄운 위로 편지에서 슬픔 사이에 용기를 찾자며 눈물 대신 책을, 공포 대신 희망을 권한 사서 출신의 영부인.
- 미셀 오바마(2009-2017) - 백악관 잔디를 파내고 '키친 가든'을 조성, 초중생과 샐러드를 수확하며 아동비만과 싸웠다.
- 멜라니아 트럼프(2017-2021, 2025-) - 과묵하고 미디어에 잘 드러내지 않는 영부인이다. Be Best 캠페인을 통해 아동 온라인 정신건강 캠페인을 추진했다.

한국의 영부인
한국의 영부인은 미국 First Lady와 마찬가지로 헌법 및 법률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나 청와대에서 최소 인력을 지원받는다. 의전 동행 외에는 자율적인데, 각 영부인의 성향에 따라 활동이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빚어짐에 따라 "대통령 배우자법"이 논의되고 있다.
- 프란체스카 도너(1948-1960) –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부인은 푸른 눈의 백인이었다.
- 육영수(1963-1974) → 박근혜 (장녀·대행) (1974‑1979) – 박정희 대통령 815 경축식에서 피격된 후 박근혜가 영애 대행으로 영부인 역할을 수행했다.
- 이희호 (1998-2003) - 김대중 대통령 부인. 2000년 2015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하여 여성 및 아동 병원을 지원했다. 좋은 학벌과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쌓은 인맥은 고졸 출신 김대중의 정치 활동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 권양숙 (2003-2008) - 노무현 대통령 부인. 농촌 봉사 및 장애인 지원 등 따뜻한 현장 봉사형.
- 김윤옥 (2008-2013) - 이명박 대통령 부인. K-푸드와 한식의 세계화에 힘썼다.
- 김정숙 (2017-2022) - 문재인 대통령 부인. 문화 및 음악 외교. 북한 리설주를 만나 '영부인 외교'를 했다.
- 김건희 (2022-2025) - 윤석열 대통령 부인. 반려동물과 환경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다고 하는데, 역대급 스캔들 메이커 영부인이다.
- 김혜경 (2025.6-) - 이재명 대통령 부인. 가능한 한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장애인, 여성, 종교계와 조용히 네트워크를 다지며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 활동해왔다. 그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영부인, 소외된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가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미국의 영부인은 제도, 스태프, 브랜드로 체계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관습과 정치 공방 속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영부인의 5년은 한국식 영부인 제도를 업그레이드할 첫 실험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누가 아는가? 혹시 유행하는 K 영부인 모델이 탄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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