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가 지금 전례 없는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초부터 각 부처에 감원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여러 부처에서 수천 명 단위의 해고와 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이번 감원은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서, 정부 운영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감원의 방식: RIF와 갈림길 프로그램
먼저 등장한 단어는 RIF(Reduction in Force).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를 거쳐 정규직 공무원을 해고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예산 삭감, 업무 축소, 또는 조직 개편이 사유가 된다. 동시에 등장한 것이 'Deferred Resignation Program (지연 또는 유예 사직 프로그램)' 또는 'Fork in the Road(갈림길)'라고 불리는 자발적 사직 유도 프로그램이다. 공무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9월 말까지 급여와 복지를 유지하고 출근 의무 없이 퇴사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말은 자발적이지만, 사실상 정리해고를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DOGE: 정부 효율화의 중심
이번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기관은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이 조직은 연방 정부의 디지털 전환과 조직 슬림화를 주도하고 있다. 머스크는 반복해서 “정부 시스템이 너무 낡았고, 비효율과 사기가 만연하다”고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원과 자동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보장청(SSA)에서는 최근 시스템 장애로 수당 지급이 지연됐고, 국무부는 여권 처리 디지털화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보건부의 공공보건 시스템 현대화 사업도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의 진통
지금 벌어지는 구조조정은 단순한 감원이 아니다. 연방 정부의 업무 방식, 계약 구조, 정보 시스템, 인사 운영이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변화는 충격과 혼란을 동반하고 있다.
T.S. 엘리어트가 노래한 황무지 속 잔인한 4월처럼,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고요히 잘 지내고 있는데 도지가 세상을 뒤흔드는 모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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