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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잡다 (雜多)

머스크와 아들 X

by 청록버들 2025. 2. 13.

2025년2월11일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DOGE)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일론 머스크가 함께 했는데, 여기에 일론이 데려온 사람이 화제다. 바로 일론의 4살짜리 아들이 함께 했던 것. 본명이 X Æ A-Xii라고 하는데, 지구인이 지구인에게는 붙일 것 같지 않은 희한한 이름이라 읽기도 어렵다 (어쩌면 화성인 영감을 받아 지어준 이름일지도). X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인력 감축과 사업 중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심각한 자리에 함께 한 X는 지루함에 코를 후비고 코딱지를 대통령 집무실 책상(1880년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헤이즈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래 미국 대통령들이 사용해온 보물급 책상)에 비비거나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방해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기자회견 장면 스크린샷

 
구글을 검색해보니 일론은 X가 더 어릴 때부터 공식 석상에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보는 사람이 신기할 뿐.  

구글에서 머스크와 아들 X를 검색하여 얻은 이미지들

 
전통적으로 퍼스트 패밀리(대통령과 가족)는 대중에게 가족이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과, 특히 미성년 자녀들을 정치라는 혹독한 조명에서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세심한 균형을 유지해 왔다. 예전 시대(예: 케네디 행정부 시절)에는 사진 촬영이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고, 언론이 아이들의 사생활을 더 존중하거나 보호해주기도 했지만, 24시간 뉴스와 소셜 미디어가 작동하는 오늘 날 어느 것이든 바이럴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 관심뿐 아니라 비판도 높아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칼바람 부는 심각한 정책 집행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 특히 대통령은 혼자인데 자문 기능을 하는 조직의 수장이 4살박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 무등을 태워주며 정책을 설명하는 일은 사람에 따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자식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할 수도 있는 일인 듯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전세계를 통틀어서도 전무한 일이 아닐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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