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녹홍/남기고 싶은 이야기6 J. 아낌 없이 베푸시는 J언니를 만난 건 대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당시 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영어영문과 어학실 조교이셨던 그분이 나를 부른다는 전갈을 받았다. 어학실은 일주일에 한번 영어회화수업 때문에 갔었고 수업 전 그 언니는 어학실 준비상태를 점검하셨다. 화장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늘 수수한 옷차림을 하셨고 말도 별로 없으신 분이셨다. 나와는 나이차가 좀 있으신 걸로 들었는데 서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분이셨다. 그런 분이 나를 보자고 하니 나는 무슨 일 있나 싶었다. 언니는 차를 대접하며 내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셨다. "뭐 그냥... 무슨 일로...?." 언니는 내가 눈에 들어와서 그동안 눈여겨 보시다가 그제야 차나 한 잔 하자고 부르셨다고 했다. "아.. 네... 2023. 4. 22. J. 용 "언니, 힘들어 죽겠어요. 저는 공부 체질이 아닌가벼요..ㅠ" 나이 오십에 법공부한다고 미국에 무작정 건너와 로스쿨 석사과정 밟을 때였다. 워싱턴 디시에 위치한 로스쿨 학생이었던 나는 생소한 법률 용어와 엄청난 과제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좋은 직장 그만 두고 거금을 들여 왔는데 밤새워도 다 읽지 못하는 읽기 숙제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내용에 내 능력을 의심하던 때였다. 그 시기에 언니가 이메일을 보내어 잘 지내고 있는지 물으셨고, 나는 그에 대한 답장으로 죽겠다고 투정했던 것이다. 언니는 답하셨다: "넌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 아니냐. 개천에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해야지 생각한다면 없던 힘도 솟구칠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그렇게 믿어주시는 언니가 있음.. 2023. 4. 2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