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버들 2023. 4. 22. 13:26

"언니, 힘들어 죽겠어요. 저는 공부 체질이 아닌가벼요..ㅠ"

나이 오십에 법공부한다고 미국에 무작정 건너와 로스쿨 석사과정 밟을 때였다. 워싱턴 디시에 위치한 로스쿨 학생이었던 나는 생소한 법률 용어와 엄청난 과제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좋은 직장 그만 두고 거금을 들여 왔는데 밤새워도 다 읽지 못하는 읽기 숙제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내용에 내 능력을 의심하던 때였다.  그 시기에 언니가 이메일을 보내어 잘 지내고 있는지 물으셨고, 나는 그에 대한 답장으로 죽겠다고 투정했던 것이다.

언니는 답하셨다:
"넌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 아니냐. 개천에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해야지 생각한다면 없던 힘도 솟구칠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람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그렇게 믿어주시는 언니가 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2017.12.20)

Dragon (2019.4.29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