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예외 없다 - 미국과 한국의 탄핵, 어떻게 다른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력인 만큼, 헌법을 어겼을 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묻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탄핵 (Impeachment)’이다.
대한민국은 70년 남짓한 민주공화국 역사 속에서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 기소되었다. 2025년4월4일자로, 대한민국은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대한민국의 민주제도가 건재하며, 끊임 없이 흔들리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진화해가는 단단한 국가라는 증거가 아닐까?
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뽑은 최고 권력자에게 적용되는 가장 중대한 정치적, 법적인 제도이다. 미국과 한국은 모두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탄핵이 작동하는 방식은 정반대에 가깝다.
미국: 탄핵은 정치다
미국 헌법은 ‘반역, 뇌물 수수, 기타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을 탄핵 사유로 규정한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고, 실제로는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차를 보면, 먼저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기소 역할), 그 다음 상원이 재판을 맡는다.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확정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되지만, 형사처벌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파면된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탄핵소추는 여러 번 있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 앤드루 존슨(1868): 한 표 차이로 살아남았다.
- 빌 클린턴(1998): 하원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부결.
- 도널드 트럼프(2019, 2021): 두 번이나 탄핵됐지만 모두 상원에서 무산.
- 리처드 닉슨(1974):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 탄핵 직전 자진 하야. 상원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사실상 탄핵 회피였다.
결국 미국에서 탄핵은 법보다 정치를 타고 흐른다.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 지지층의 반응, 다음 선거까지의 시간. 이 모든 게 탄핵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한국: 탄핵은 헌법이다
한국의 탄핵은 정치보다 헌법이 중심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절차를 보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그 순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맡는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은 인용되고,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형사책임은 이후 별도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선 탄핵된 대통령은 다음과 같다:
- 노무현(2004): 국회가 탄핵을 의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기각했다. 대통령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 박근혜(2016):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촛불 집회가 전국을 뒤덮었다. 국회가 탄핵했고, 헌재는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 윤석열(2025. 4. 4):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2024년12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4개월만에 헌재는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한국의 탄핵은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위헌성과 위법성’에 방점이 찍힌다. 재판관들이 남긴 결정문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는다.
미국 vs 한국 대통령 탄핵 비교
| 미국 | 한국 | |
| 탄핵 사유 | 반역, 뇌물, 중대한 범죄 및 비행 | 헌법 또는 법률 위반 |
| 소추 주체 | 하원 | 국회 |
| 심판 주체 | 상원 | 헌법재판소 |
| 파면 요건 | 상원 3분의 2 찬성 | 헌재 6명 이상 찬성 |
| 파면 여부 | 없음 (자진 하야 1명) | 파면 2명 |
결론: 미국은 정치의 논리, 한국은 법의 논리
탄핵은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련한 강력한 장치이다. 미국에서는 이 장치가 정치의 논리 안에서 작동한다. 결국 여야 구도가 탄핵을 결정한다.
반면 한국은 이 장치를 헌법재판소라는 최고의 사법기관이 판단한다. 국회가 시작하더라도, 마지막 판단은 재판관의 손에 달려있다.
한쪽은 권력 게임의 일부이고, 다른 한쪽은 헌법 정신의 시험대다. 어느 쪽이든, 탄핵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