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버들 2023. 8. 21. 18:10

2022.12.21. remix with z3dmax [batman]

깊은밤 홀연히 나타나신 배트맨
창문 열어 나가시라 애원해도 못 나가니
이 좁은 방안 어디에 잠자리를 펼치셨나 ...

4일째 잠잠하신 신비스런 배트맨
오신 길로 가시었오? 아직 나와 함께 있오?
오, 제발 당신이 속한 그 세계에 계시길...

자정 쯤에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푸드덕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창문 옆에 왠 새가 들어와 날고 있었다. 내가 새라고 생각한 그 순간 날개를 활짝 폈는데 ㅡ 박쥐였다. 창문을 열고 나가라고 유도했지만 오히려 방안 쪽으로 날아들었다. 몇 분간을 씨름하다가 포기했다. 박쥐는 방안을 헤집고 날아다니다가 제풀에 지쳤는지 부엌 찬장 위 작은 공간에서 쉬다가 다시 날아다녔다. 일로 지쳐있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온 아파트를 다 뒤져도 어디 있는지 박쥐는 보이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신고하니 진짜냐는 반응이었다. 10년 전에 2층 로비에 박쥐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고 하며 그 이후론 처음이라고 한다. 직원들이 와서 샅샅이 뒤졌고 나도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덕분에 집안을 대청소했다. 고마운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