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신원조회 신청
FBI 범죄경력증명서(FBI Identity Summary Check)를 떼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신청방법은 FBI 사이트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는데 2단계 절차로 이루어져 있었다.

- 온라인 신청 ㅡ 신청서 작성. 수수료 $18.
- 지문 채취 ㅡ 직접 지문채취해서 우편으로 FBI 에 보내는 방법 또는 지문채취기를 보유한 우체국에 가서 지문채취하고 수수료 $50 내는 방법
1번이 너무 싱겁게 빨리 끝났는데 영수증을 못 받았다. ㅠ 뭐 그래도 빨리 되는 것에 감격하여 그쯤이야 용인 가능.
우체국 검색창이 떠서 우편번호를 입력하니,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지문채취기를 보유한 것으로 나오는 우체국은 두 곳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전화하니,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라는 음성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좀더 먼 우체국에 전화했다. 안 받았다. 이틀간에 걸쳐 전화했지만 전화 발신음 홀로 끝없이 울릴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당 우체국이 토요일에 운영하는 걸로 나와서 토요일에 집을 나섰다. 혹시나 하여 또 전화를 해봤지만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버스 타고 해당 우체국에 갔다. 우체국 안에 들어서니 직원 두 명이 일하고 있었다. 제2외국어 억양이 강한 한 7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동양 여자 직원이 내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지문채취하러 왔다고 하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FBI 지문채취가 많냐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기계를 켜며 오늘 지문채취하러 온 사람들 중 기계가 작동이 안 돼서 지문채취 못하고 귀가한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도는 해보겠지만 5번 해도 안 되면 그냥 집에 가서 직접 지문을 찍어서 FBI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기계가 슝 켜지며 첫 화면이 떴다. 그녀는 "Okay!" 하며 "이번에는 켜졌네. 너 운 좋네! 라고 말했다. 뭔가 될 때마다 또는 안 될 때마다 그녀는 연신 '너 운 좋다'와 '5번 해도 안되면 오늘은 못해' 를 반복해서 말했다. 나는 오른쪽 네 손가락, 양 엄지, 왼쪽 네 손가락 순으로 지문판독기 위에 놓았다. 첫 시도에서 기계는 4개의 지문을 인식하지 못했다. 첫 시도 실패.
두 번째 시도할 때 그 우체국 직원은 내게 두 손바닥을 서로 비비라고 말했다. 그러면 인식을 잘 한다고. 그래서 열심히 그녀 따라서 손바닥을 비볐다. 손바닥을 잘 문지른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번째는 성공이었다. 그 우체국 직원이 더 기뻐해주었다.
$50 지불한지 얼마되지 않아 FBI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연방정부 범죄기록이 없다고. 주나 지방정부에서 저지른 범죄는 주나 지방정부에 문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원화된 시스템을 몸으로 느낀다.